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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dong Sinmun/European Pressphoto Agency
- 2011년 말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북중 관계는 악화됐다. 북한의 최대 투자국이자 최대 원조 지원국,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은 그간 북한의 핵역량을 과소평가했다고 시인했다.
중국 고위급 핵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무기 생산량 추정치가 이제껏 미국이 내놓은 추정치를 훨씬 능가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역내 안보를 위협할 정도로 충분한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중국 핵 전문가들이 미국 핵 전문가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후 발표한 추정치에 따르면, 북한이 핵탄두 20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기급 우라늄 제조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생산량을 2배까지 늘릴 수도 있다고 한다.
북한의 군비증강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인접 미국 동맹국들의 안보 위협을 증폭시켜, 이들 국가도 자국 방어 차원에서 핵무기 개발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공격을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지그프리드 해커 스탠포드 대학교 교수는 올해 2월 비공개 회동에 참석했다.
해커 교수는 “핵탄두가 20기에 육박했다는 추정은 사실상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북한이 완벽하게 기능하는 핵무기와 억제력을 갖췄다고 믿을수록, 북한을 (핵개발 프로그램에서) 손떼게 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체적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역량이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발전했다고 본다고 해커 교수는 전했다.
중국 전문가들이 제시한 추정치는 두 가지 사실을 반영한다.
첫째, 중국의 북핵 우려가 커졌다.
둘째, 중국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에 초점을 맞추느라 북핵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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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처럼 핵무장을 하면 미국도 미사일 방어와 같은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이달 윌리엄 고트니 미국 북부 사령부 사령관은 북한이 이제 ‘KN-08’과 같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국방 관계자들은 본다고 밝혔다.
미국 관계자들은 이 미사일이 실험 발사되지는 않았다고 믿지만,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9,000km 이상이라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시리아에 핵기술을, 이란과 예멘, 이집트에 미사일 부품을 수출한 전력이 있는 북한이 핵전력을 증강한다면 국제사회로서는 핵확산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현재 백악관이 이란과 진행하고 있는 핵협상은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타결한 제네바 핵합의를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자는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이 핵개발 능력 증강을 위장할 수 있는 방편을 제공했다는 것이 공화당 의원들의 생각이다. 2006년 북한은 첫 핵실험을 감행했다.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공화, 캘리포니아)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간 북한이 어떤 꼼수를 쓰며 핵무기를 개발해왔는지 목도했다”면서 “이란도 같은 방식으로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닐 것”이라고 비꼬았다.
로이스 위원장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속도는 핵탄두 설계와 우라늄 농축 역량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전문가들이 가장 최근에 내놓은 추정치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핵폭탄 10기에서 16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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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ncent Yu/Associated Press
- 시리아에 핵기술을, 이란과 예멘, 이집트에 미사일 부품을 수출한 전력이 있는 북한이 핵전력을 증강한다면 국제사회로서는 핵확산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최근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 학자들을 만난 로이스 위원장은 중국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역량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2012년 시진핑이 중국 국가주석으로 취임하고 2011년 말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북중 관계는 악화됐다.
북한의 최대 투자국이자 최대 원조 지원국,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은 지난 10년 가운데 대부분의 기간 동안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는 능력 등 북한의 핵역량을 과소평가했다고 전문가들은 시인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이자 북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는 최근까지도 중국은 북한의 (핵)역량을 상당히 낮게 평가해왔다면서 이제 중국도 걱정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이와 관련한 논평을 거절했다. 유엔 주재 북한 대사들도 이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백악관과 미국 국무부, 미국 국방부는 북한 핵무기 보유량에 대한 미국의 추정치를 제공하지 않았다.
패트릭 벤트렐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북핵 프로그램에 대해 예전부터 우려해왔으며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 북한의 도발을 계속 억제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벤트렐 대변인은 “신뢰할 수 있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 회담으로 북한이 복귀하고,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북한을 압박할 유엔 제재를 시행하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2012년 이후 북한과 정기적인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2012년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대신 미국은 중국이 경제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북한을 억제할 것을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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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이 공개한 북한 핵역량 추정치는 중국 외교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국제문제연구소(CIIS)에서 올해 2월에 열린 회의를 통해 공유됐다.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기술・정치・외교 전문가뿐만 아니라 군 관계자들이 이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기술 전문가팀을 이끈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는 베테랑 북핵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2010년 해커 교수는 방북 중 핵시설을 목격한 후 북한이 대규모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중국 고위급 우라늄 농축 전문가 한 명은 프레젠테이션 도중에 북한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핵탄두 2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2016년까지 핵탄두가 20기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치를 공개했다. 중국이 이처럼 높은 추정치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해커 교수는 비공개 회의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으며 2004년 이래 중국 전문가들과 1년에 한 번 회동을 갖고 북한의 핵역량을 논의해왔다고만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북한은 핵폭탄 8기에서 10기를 제조할 만큼 충분한 우라늄을 매해 농축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해커 교수는 주장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일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 회의 내용을 나중에 브리핑 받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몇몇 중국 전문가들은 2월에 공개된 추정치는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고 전했다.
해커 교수는 북한이 현재는 핵폭탄 12기 이상을, 내년에는 무려 20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해커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8 ~ 10년 전만 해도, 북한은 핵폭탄(bomb)은 있었을지언정 핵무기(nuclear arsenal)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면서 “북한이 이 지경까지 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것이 지난 5년 동안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기사 번역 관련 문의: jaeyeon.woo@ws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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